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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주인공(4) 수많은 게임을 플레이한 플레이어로서 한 가지 공감하는 말이 있다.
바로 주인공과 최종 보스는 한 끗 차이라는 이야기.
최종 보스와 주인공. 이 둘은 꽤 많은 부분에서 설정이 겹친다.
절대 악 성향의 보스를 제외하면, 최근 인기 있는 대부분 작품에서 주인공과 빌런은 대개 불우한 과거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다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인공과 악역의 반응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주인공은 아무리 큰 어려움이라도, 이를 이겨내려 한다.
하나, 악역은 이를 사회. 혹은 체계를 향한 분노로서 표현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릇 선과 악이란, 여기서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모진 상황 속.
설령 가식이라 할지라도 일말의 선을 지킬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고 썩어 있는 현재에 대한 격노를 표출할 것인가.
이것이 주인공과 악역을 나누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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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는 파워볼사이트 이런 점을 이용해 조금 전, 최악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았다.
내가 바로 두 가지의 역할을 모두 맡는 것이다.
주인공과 악역 보스. 파워볼게임
두 가지의 역할을 모두 소화해내는 것.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 어지러운 상황도 얼추 해결될 것이다.
주인공은 유찬이라는 플레이어의 이름으로.
최대 빌런은 엔트리파워볼 녹스 폰 리인하버라는 빛바랜 이름으로.
‘이미 악역은 충분히 잘 소화하고 있어. 남은 건 주인공 역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되레 남에게 부탁하는 게 더 위험해.’ 이너 루나틱에 처음 빙의했을 때.
사실 나 역시 주인공이 싶은 EOS파워볼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야, 어떤 매체를 접한 이들이든 바라마지 않는 상황 아닌가.
로맨스 드라마를 로투스바카라 본다면, 그 남자·여자 주인공이 되고 싶고. 액션 영화를 보면 히어로가 되고 싶어한다. 그게 사람의 심리이자, 원초적 욕망이었다.
하지만 이를 입 밖으로 꺼내고 실천하는 것은 다른 일인 법.
그렇기에 사람은 스스로 선을 긋는다.
여기까진 괜찮지만, 이 이상은 갈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이게 최선이야.
라고.
나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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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별다른 선택지가 더 있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이 사라진 세계. 그것도 역대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인공을 대체하는 것뿐이다.
또한, 그러면서도 녹스 폰 리인하버라는 악역을 충실히 수행해야만 한다.
척 듣기에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주인공 역을 넘길 만한 다른 재원도 없다.
내가 믿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게다가.’
이너 루나틱에서 특정 변수가 발생했다면, 이를 수습할 수 있는 것 역시 그에 대응하는 변수뿐이다.
바로 나.
녹스에게 빙의한 유찬이라는 사람이 그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역시 신분을 숨길 수 있도록 하는 아티팩트. 다음은 의심을 사지 않을 두 개의 몸이다.’ 원래 녹스는 셋째, 넷째 쌍둥이 형에게 밀려 엘리데인에 입학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가문에서도 버려져 홀로 황야를 맴돌다 스스로 ‘루나틱’에 입단해 악마와 계약까지 마친다.
비관적인 인간이 되며, 가문과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2달.
그동안 나는 제대로 된 악역으로서의 녹스를 소화하기 위해서, 악마를 몸에 빙의시킨 녹스 이상의 힘을 얻어야 한다.
훌륭히 악역을 소화하고, 그러면서도 유닛을 다치지 않게 하려면. 두 개의 몸과 제 신분을 가릴 아티팩트의 존재가 필수인 것.
“조금 이르긴 하지만 다녀와야겠어.” 나는 결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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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악역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이는 바로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나는 이너 루나틱 속 최대 악역 집단으로 향하려 한다.
이후 시나리오 내에서도 암시장 테러 사건이나 황녀 시해 사건 등……. 갖은 문제의 중심에 있는 최악의 범죄 조직의 수장.
3인의 검제 중 하나인 루나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이유?
당연히 하나뿐이다.
범죄 조직 ‘루나틱’에 입단하기 위해서.

엘리데인 아카데미 부지 내의, 고적한 분위기의 회의장.
기다란 고목으로 된 직사각형 테이블이 놓여 있는 공간에 어쩐지 음산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석에 앉아있는 이의 존재감.
그것이 다른 이들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아 폰 트리니티.
4인의 현자인 그녀의 긴급 호출을 받고 교관들은 이곳에 모였다.
걱정이 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위험한 일은 아니겠지?’ 버논은 그렇게 생각하며 노아를 바라보았다.
아카데미의 주요 시설 중 하나인 이곳에, 노아까지 머무는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무거운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이기도 하고.
또 시험과 같은 주요 행사를 제외한 것들은 다른 교관들에게 모두 일임해 두었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제국에서 그녀에게 학장의 자리를 준 것은, 그저 상징성 탓이다.
4인의 현자 중 하나인 노아가 이곳에 앉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엘리데인 아카데미에서는 무시 못 할 정통성이 생기니 말이다.
평소에는 다소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이곳의 회의.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버논은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두통이 이는 것을 느꼈다.
-학장님께서 직접 우리를 부르시다니…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거 아니오?
-내 생각도 그렇다네… 이번 입학시험에서 마음에 안 드는 생도라도 있었던 건가?
-갑자기 학장 일을 때려치우시겠다고 하면 어쩌죠? 이번에 신상 막대 과자가 나왔던데…….
-이것 참, 가능성을 부정할 수가 없군…….

교관들의 표정들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노아 폰 트리니티는 실력만큼은 확실하지만, 좀처럼 걷잡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주제에 힘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들로서는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무섭다 정도로 끝나는 인물이 결코 아닌 것이다.
“그… 학장님? 이곳에 저희를 부르신 이유가 어떻게 되시는지…?”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버논이 용기를 내 물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막대 과자를 오독거리는 노아의 천진한 표정뿐이었다.
묘하게 화를 부르는 얼굴.
하지만 아무도 그에 토를 달 수는 없었다.
오독- 오독-.
앳된 모습의 소녀. 아마 노아가 4인의 현자만 아니었다면, 여기 있는 누구라도 한 대 정도는 쥐어박아 주었을 정도로 철딱서니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곳에는 그런 배짱을 지닌 인간이 없었다.
웬만한 도시 국가 하나 정도는 가볍게 지워버릴 수 있는 괴물인데. 그런 이를 건드렸다가 좋은 꼴을 볼 수 있겠는가?
지금은 참아야 한다.
“……냠냠. 아 맛있었다! 어라? 여러분 왜 이렇게 모여 계세욧?” “……?”
노아의 무구한 어투에 모인 이들이 기겁했다.
버논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며 답했다.

“……그게 학장님께서 저희를 회의실로 호출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맞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요!” 이미 두 시간이나 지난 시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라 바빠 죽겠는데…….
‘역시 노아 학장님이군….’ 버논은 새삼 감탄했다. 그가 목을 가다듬으며 재차 물었다.
“그래서. 슬슬 말씀해주시지요. 저희를 이곳에 모으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뭐 다른 건 아니에욧! 그냥, 좀 눈여겨볼 만한 인재들이 몇 있어서 알려주려고 왔거든요! 히히.” 천연덕스러운 미소와 함께 그녀는 머리칼을 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논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보랏빛 머리칼의 주인.
[제국의 기초 마법] 교수인 라스 폰 셀레스티아가 물었다.
“주의 깊게 볼 생도가 있습니까?” 그는 단정히 넘긴 머리와 둥근 이마를 지닌 잘생긴 캐릭터였다.
때문에 버논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덤이었다.
“넷! 그럼요! 이번엔 꽤 풍작이에욧!” “……음. 역시 동부의 검사 ‘잿빛 이리’ 파라켈수스나, 황녀인 페넬로페님, 에키드나, 리온, 탈리아 같은 이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미 그쪽은 저희도 파악을 모두 마쳐두었습니다.” “하나가 더 있었어욥! 아주 의외의 생도가.” “네?”
라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생도의 수준은 파악을 모두 마쳐두었다.
입학생들은 저마다 훌륭한 재치와 기량을 보여주었고, 라스 역시 꼼꼼한 성정 탓에 이들을 모두 살펴본 뒤였다.
하지만 노아가 저렇게까지 반응할 정도라면, 정말 의외의 생도가 있다는 뜻일 터다. 대체 누구길래 저런 반응을….
“아. 설마…?” 라스는 그 순간,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입학시험에서 있었다던 사건.
주워들은 이야기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분명 생도가 하나 죽을 뻔했는데, 그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그 목숨을 구한 이가 하나 있었다고 했었지.
덕분에 대규모 상단의 주인이 될 엘레노어가 살았다고 말이다.
“넵! 맞아욥! 녹스 폰 리인하버. 그 애가 제가 생각한 이번 기수 최고의 재능이에요! 어쩌면 저 다음으로 역대 최고의 마법사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최고의… 재능이라고요? 거기다 역대급…?” 라스는 영 못 미더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무리 노아가 4인의 현자라 해도 쉬이 납득하기 어려운 말.
엘리데인은 명실상부 최고의 명문 학원이다.

다시 거기서 최고의 재능이라…….
이는 자신조차 곧바로 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게 쉽게 재능을 재단해낼 수 있는 문제인가?
그것도… 리인하버 가의 망나니라 소문이 자자한 녹스를?
“이해할 수 없군요. 이번 일은 그저 해프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엘레노어 학생을 구하게 된 것뿐이에요.” “아닌데욥!” “아무리 학장님이라도 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가 정말 뛰어난 인재라면 제가 다음 오리엔테이션에서 녹스를 시험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라스가 맡는 수업은 1학년의 필수 과목인 [제국의 기초 마법]이다. 모두가 자신의 과목을 수강해야 하니.
녹스 역시 이 과목을 듣게 될 것이다.
형평성에 맞지 않지만, 여기서 그를 시험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녹스가 당시에 무언가 수를 썼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사장인 노아의 발언 역시 철회될 것이다.
“시험에 개입하겠다는 말이오? 그건 형평성에 어긋날 터인데…!” “해도 돼요.” “예?”
버논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묻자 노아가 씩 웃어 보였다.
“이미 모두들 아시겠죠. 무슨 짓을 하든 원석의 본질까지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을.” 갑작스레 노아로부터 들려온 성숙한 목소리.
일순 앉아 있던 교관들 사이에서 소름이 돋아왔다.

아주 가끔. 자신의 발언에 힘을 줄 때, 노아는 과거 파이몬을 봉인하기 전. ‘빙결의 마녀’라 불리던 시절의 어투가 나왔다.
지금 같은 경우가 그러했다.
“…알겠습니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녹스 생도의 재능을 시험해 보겠습니다. 부디 학장님께서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사라졌다.
노아는 태연히 다음 막대 과자를 뜯었다. 그런 뒤, 이어 쓸 만한 재능을 가진 이들의 명단을 죽 읊은 뒤 엎드려 잠에 빠졌다.
여러모로 제멋대로인 인간이었다.
버논은 있지도 않은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백발 그놈이 아주 학교에 파란을 몰고 오겠구만. 제길 귀찮게 됐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버논은 조금 전 녹스가 엘레노어를 구하며, 단번에 나이트 워커를 양단하던 장면을 뇌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
아름다운 검. 하지만 아직 기초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에게 제대로 된 검술을 가르친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버논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다른 교관들 역시 녹스라는 이름을 선명히 뇌리에 집어넣었다.
이로써.
첫날부터 녹스는 학장과 교관들에게 단단히 찍히게 되었다.

늦은 밤.
녹스와 지트리가 머물게 된 기숙사 내부.
지트리의 단호한 목소리가 그로부터 새어 나온다.
“절대 안 됩니다. 첫날부터 외출권도 없이 엘리데인에서 외출이라고요? 아무리 도련님이 원하신다고 해도 너무 위험합니다…!” 나는 더 듣지 않고 대충 흘려들었다.
지트리는 내 계획을(일부지만) 듣자마자, 결사반대의 의지를 전해왔다.
당연하다.
메이드인 입장에서 처음부터 교관들에게 내 인식이 좋지 않게 박히는 것이다. 그녀로서는 그다지 원하지 않는 일일 테지.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밀어붙였다.
“잠깐만, 아주 잠깐만 나갔다 온다니까.” “그래도 안 됩니다. 그리고 잠깐이라는 그 말… 신용할 수 없습니다.” 지트리는 나를 의심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내가 허락보다는 용서를 구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이래서 눈치 빠른 메이드는…….
덕분에.
우리 두 사람은 한 채에 수십억 이상은 때려 박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위 귀족 전용 기숙사에서 때아닌 다툼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지트리. 네 의사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메이드라도 저는 도련님의 신변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아니, 그게 아니라. 너는 곧 잠들 테니까.” “……?”
그 순간, 지트리의 몸이 갑작스레 무너진다.
어지러운 감각이 그녀의 전신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한 것.

나는 쓰러지는 지트리의 몸을 가볍게 받아낸 뒤, 침대에 내려놓았다.
혹시나 해서 미리 준비해 둔 게 있지.
과거 체이더스 지역으로 향하며 얻었던 수면초. 그것과 고급 치료 환단을 이용해서 엘리나에게 수면제를 만들어 달라고 했거든.
바로 이런 때를 위해서!
나는 조금 전, 아무 의심 없이 내가 주는 차를 받아 마시는 지트리를 떠올렸다. 그래, 주인이 주는 건데 안 마실 수 있겠냐.
기쁜 마음으로 감동까지 좀 하면서 눈물도 약간 흘렸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살아야 하니까.
나는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럼 좀 자고 있어라. 충고하자면 다른 사람이 뭘 마시라고 줄 때는 주의하는 버릇을 기르는 편이 좋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말이지.” “……도련님. 제가 마시는 차에 손을 쓰셨군요……!” 뒤늦게 눈치챈 지트리가 이를 갈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적당히 이유를 붙여주었다.
“요즘 네가 너무 열심히 하더군. 좀 쉬는 것도 중요한 법이지.”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지트리는 나를 보좌하느라 너무 고생했다.
오늘처럼 일이 많은 날엔 좀 쉬어도 문제없다.

암 그렇고말고.
내가 승리의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이내 지트리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게 어디 있…….” 쿠울-.
됐다.
“후. 지트리는 이제 잠들었고… 이제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가서, 그 장소만 찾으면 되는데.” 우선은 변장부터 해야겠다.
그래 봐야 눈속임일 뿐이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나는 몰래 챙겨왔던 검고 낡은 후드를 껴입었다.
별다른 마법이 부여돼 있지는 않기에 다른 사람의 눈에 발각될 위험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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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사감이 다니지 않는 길로 최대한 조심해 움직인다.
게임에서도 이런 플레이가 있었기에, 그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쯤이야 잘 외우고 있었다. 물론 몰래 다니는 건 성정에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긴 하다만.
기다란 복도를 지나, 귀족들이 머무는 기숙사를 빠져나와 그 전경을 다시금 살핀다.
‘[시두스관]. 앞으로는 이제 여기서 지내는 일이 많겠지.’ 적당히 상념에 잠긴 뒤, 이내 발길을 돌린다.
지금은 일단 내가 아는 장소를 찾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
고블린 주점. 목적지의 정확한 이름은 다음과 같았다.
‘고블린처럼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자’.
그랬다.
내가 향하는 곳은 어느 불법 주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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